<제임스의 경제 칼럼 144>

위기 대처 능력과 거짓말의 가격

2001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펜타곤(국방부 건물)에 대한 테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테러로 기억됩니다.

무려 3130명이 사망하였는데 이는 단일 테러 사망자로는 사상 최대입니다.

우리는 이 비극을 ‘911 테러’로 기억합니다.

911 테러 이후 안전, 특히 항공 관련 보안에 대한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습니다.

수속 시간이 조금 늘어나기는 했지만 이런 강화된 항공 보안 덕택에 그 이후로는 911 테러와 같은 항공기 테러는 사라졌고 우리는 보다 더 안전하게 비행기를 이용하여 전세계를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911 테러로 기업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는 ‘맥가이버 칼’로 미국에서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Swiss Army Knife)로 유명한 ‘빅토리녹스’였습니다.

기념일 선물용으로 불티나게 팔리던 제품이 항공기 반입 금지가 되자 매출은 극감했고 기업은 생사의 기로에 섰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빅토리녹스 전체 매출에서 아미 나이프 단일 제품이 차지한 비중이 90%가 넘었으니 부도는 시간 문제였습니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 인력 감축과 급여 삭감 등으로 위기를 모면 하려고 하였겠으나 이들은 한명의 직원도 해고하지 않고 오히려 R&D에 박차를 가해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습니다. 여행용 캐리어, 가정용 식칼, 시계, 의류, 향수, 강화 스트랩, 커피 캡슐, 캠핑카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시켜 지금은 아미 나이프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0% 내외입니다. 그리고 911 테러의 충격을 못 이긴 경쟁사인 다른 스위스 밀리터리 나이프 브랜드였던 ‘벵거’를 인수하며 독보적인 지위에 오릅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위기는 피할 수 없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그 위기의 본질을 꿰뚫고 극복하는 능력입니다.

빅토리녹스는 종업원들에게 위기의 실체를 100% 공개했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잘못이 발생해서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지 못해 파탄난 기업인과 정치인을 우리는 숱하게 목도했습니다.

기업 회장 일가가 막말과 갑질로 회사 가치를 수백억에서 수천억을 ‘날리는’ 것은 다반사였고 도청 문제를 거짓으로 해명하여 하야한 미국 닉슨 대통령의 거짓말 가격은 말그대로 ‘priceless’였습니다.

사과와 용서를 구하는 데는 정해진 날짜가 따로 없습니다.

일본이 1945년 이후로 아직도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 없지만, 77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사과를 한다면 우리는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작은 변명과 해명은 작은 값으로 살 수 있으나 국민 전체를 속이는 거짓말은 아무리 높은 가격으로도 사기가 힘듭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더 대체 불가합니다.

2022.09.30